한인회지에 투고한 글을 교회 게시판에 옮겨 봅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글 중에 '이미 우리에게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다. 자란 곳도 고향이 아니고, 산과 들, 달려오는 우리의 역사가 고향'이라는 글을 떠올리며 낯설었던 땅에서의 하루하루의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 보다 미국에서의 삶이 더 익숙한 Mrs. Campbell 이야기가 우리들 역사 코너에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이민 생활이 자리잡기까지 웃고 울었던 사연을 이 코너에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 데이튼에 자리잡은지 58년이 되는 최명숙 입니다.
지나온 날들을 이야기하라니 처음 타 본 비행기안에서 아직 돌도 안 된 딸 아이를 안고 두렵고 슬픈 마음에 하염없이 울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옆자리 어떤 신사분이 'Don't worry you'll be okay' 하며 건네준 손수건을 꽤 오래까지 간직했던 기억도 있지요. 그 신사분을 시작으로 많은 친절한 분을 만났습니다. 더 없이 친절하셨던 시부모님을 위시하여 마켓에서 동양사람을 만나 'Where are you from?'을 시작으로 7년 동안 보지 못했던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시민권을 받을 때 데이튼 신문에 실렸던 뉴스를 보고 찾아와 친구가 되기도 했었답니다. 시민권이 한국 사람으로는 처음이라 기사가 되던 시기였으니 옛날 이야기지요.
지금 같지 않아 들판이 많고 한적한 마을에서 연줄 연줄로 반가움에 다시 만나게 된 한국 사람끼리 언니가 되고 동생이 되며 친 형제 못지 않게 정다웠던 그 시절, 변변한 자동차 한 대 가진 친구도 없고 먹기로도 풍족치 않았지만 만나면 반갑고 서로 베풀어 주려는 따뜻한 마음들로 가득했습니다.
주말이면 덩덩덩 소리나는 차들을 타고 인근 낚시터를 찾았고 Cabbage로 김치를 담가 먹던 때가 오히려 웃음 흐드러지게 시절이였습니다.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키워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에 충실하게 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 생각합니다. 소소하게 기쁘던 일들이야 셀 수 없지만 큰 딸 아이로 시작해 자식들이 운전면허를 처음 따고 손을 흔들며 나오던 장면이 생생하고 딸 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며 쓴 글로 96년도에 올해의 어머니 상을 받았던 것도 기쁨 중 하나였지요.
때때로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멀리 두고 살아야 하는 이민 생활의 쓸쓸함에 시달리기도 하고 명절 때나 살며 겪게 되는 고달픈 순간들에 같이 할 수 없어 안타까웠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같은 그리움을 안고 사는 이민생활의 친구들과 함께 견뎌왔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하나 하나 떠날 때 마음이 시리기도 하였고요. 이민생활도 멀리 떨어져 사는 연습인가 합니다.
내 생활의 반경이 Middletown과 Germantown으로 한정되어 있다보니 한인회와는 깊숙한 연관이 없었습니다. 오래 전 연말파티에 갔다가 '울려고 내가 왔던가'를 하모니카로 불어 장원을 했던 기억외에는 별 기억이 없었는데 지난 3.1절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친구가 기념식에 초대를 해서 잊고 지내던 삼일절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되었고 역사적 순간인 100주년 기념식 때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또한 지난 5월 처음으로 갔었던 국제민속제의 아리랑 공연과 부채춤을 보며 감격스러워 울컥하였고 문화전시관을 보면서는 모든 분들의 수고에 새삼 놀랐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한인회비 내고 다음 민속제에는 봉사자로 참여하여 작은 일이나마 내 힘이 보탬이 되고 싶다는 다짐 뿐입니다.
내 자식에게 항상 이야기 하듯 나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고 그 자랑스런 한인들이 모여 민족정신을 기리는 모든 행사에 지지를 보냅니다. 원하기는 시대적 상황이나 우리의 조건이 한인회 어려움을 더하고 있지만 우리가 누구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요.
너와 나의 나의 사랑이 모여 한인회가 되고 그 사랑이 우리 후대로 이어질 것을 믿고 기도합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만남보다 이별이 더 많겠지만 2019년 한인회와의 만남은 나의 이민사에서 또 다른 기쁨과 감사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어려운 시대에 힘든 시간들을 보낸 모든 이민자분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