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는 해외 선교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레임이 더해 갔다. 매일 비슷한 일상속에서 피곤으로 지쳐가고 있었던 내게는 선교라는 거룩함 보다는 뭔가 특별한 휴가인것 같아 더더욱 그랬다.
국경을 넘자 별안간 쏟아지는 차량에 미국과는 달리 참 질서가 없게 느껴졌다. 아, 멕시코인가?? 하던 찰나에 분명하고 뚜렷하게 벽과 철조망을 사이로 너무나 다른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의 경계를 느끼게 됐다. 짙은 흙먼지 사이로 흙구덩이를 파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 국경근처 거지들이었다.
도착지인 엔세나데로 가는 길. 항구'라는 뜻을 지닌 엔세나다. 맑고 파아란 물결이 술렁이고 하얀 파도가 치는 바다는 과연 쓰레기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온통 쓰레기가 뒤덮인 거리와 무너질듯 아슬아슬한 집들을 둘러싸고 있어 참 상반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가끔은 좋은 집들도 있었지만.
엔세나다 베이스 센터건물은 언덕길에 집들이 옹기종기 있는 동네였는데 비포장도로라 울퉁불퉁 그 굴곡이 하도 심해서 차에 타고 있던 우리팀 일행은 몸이 심하게 요동을 쳐야만 했다. 마치 킹즈아일랜드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그 스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고 우리가 타고 있던 근사한 연예인 벤도 또, 그안에 있던 우리들도 모두가 덩실덩실 자동적으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저녁에 도착한 전원에게 그곳에 계신 김현수 선교사님께선 가장 먼저 센터건물안에서 어떻게 물과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특히 물 사용법! 왜 그리하실 수 밖에 없었는지는 바로 쫄쫄 흐르는 물로 샤워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별도의 식수, 딱 한컵의 물로 양치질을 하고 물과의 전쟁을 치루며 멕시코에서의 첫날밤이 깊어갈 때 지금까지 얼마나 감사한 환경에서 살아왔던가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닭들이 울고 집집마다 개들이 짓는 소리가 온 동네에 가득한 아침, 참 정겨웠다! 밖에 나가 동네를 바라 보니 언덕위에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내눈앞에 들어왔다.
아침을 먹고 세 그룹으로 나뉘어 아이들을 불러 모으러 집집마다 다녀보니 마른 흙먼지가 날려 금새 바짓단과 운동화가 뿌연 흙먼지로 뒤덮였고, 여기저기 폐허가 된 집들과 짓다가 만 집들도 많았다. 온통 쓰레기가 나뒹구는 동네의 모습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도 옛날 고물상 같이 폐지가 가득하고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은 고물상 같은 모습의 집들이 많았다. 그 허름한 집들속에서 검게 그을린 피부에 눈이 크고 해맑은 모습의 아이들이 이집저집 쏟아져 나왔다. "올라" 하며 인사를 건네는 우리에게 아이들은 수줍지만 밝은 얼굴로 환대를 해주었고 그렇게 아랫동네 윗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스페니쉬로 아이들과 율동하고 찬양하며 하나님 나라를 그려보는 일은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함께 게임을 하고 풍선을 불고 페이스 페인팅을 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활짝 웃는 아이들에게 햄버거가 담긴 봉지를 건네고 또 그것을 받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행복한 발걸음인 것 같았다. 이곳에 올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튿날 우리는 동네 엄마들을 초청했다. 한국음식을 선보였는데 불고기, 김치, 잡채등 인기폭발이었다. 한국 음식이 여기서도 통하니 기분좋은 일이었다. 어려운 환경에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힘을 내시라고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달라고 위로와 격려와 용기를 주고 싶었다. 우리의 마음을 아시는지 다들 환한 얼굴로 돌아가셨다.
셋째 날이 되었고 우린 장애아동센터에 방문 했다. 살기가 힘드니 정신적,육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아이들이 그 곳에 있었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있는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서 큰아이들도 많았다. 함께 예배드릴때 선교사님의 말씀대로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열심히 율동을 따라하며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었는데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에 오히려 방문한 우리가 은혜를 받았다. 또한 함께 기도함으로 하나님께 아이들을 맡길때는 눈물이 한없이 흘러 나뿐 아니라 모두가 오열을 감추지 못했다. 좋으신 하나님, 이 땅에서 받지 못한 사랑 주님 나라에서 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시간이 흐를수록 떠나 오기가 싫을 만큼 그 곳은 너무나 좋았다. 정 많고 순수한 아이들이 좋았고 그래서 더 슬퍼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어려운 경제환경 가운데 밀려오는 외부의 타락한 문화들에 물들어 가는 엔세나다, 그곳에서 지금 살아가는 아이들과 앞으로도 살아가야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더욱 목이 메였다. 하나님, 내년에는 더 잘 준비해서 제 자신에게 필요한 것 말고 아이들에게 또 이곳에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다시 올 수 있게 해주세요.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쁨보다는 거룩한 마음을 품게 하신 하나님, 기도하면서 주신 마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내년에 꼭 아이들과 선교사님들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어떠한 발걸음이든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의미 없는 일이 과연 어디 있을까? 교회를 통한 한걸음, 엔세나다 멕시코 선교여행을 통해 좋은신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심을 알기에 오늘도 감사! 내일도 감사한 하루 하루를 살고싶다. 또한 내년을 그리며 새로운 소망을 그려본다.
이인숙 집사님의 귀한 간증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하나님의 선교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기쁨입니다.